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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의 집

kdhva 2023. 9. 29. 22:28

이런 만화책은 오래 읽게 된다. 오래 보고 있게 된다는 게 더 적절하겠다.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자마자 나는 마음먹었다. 한 장면은 꼭 따라 그려 보리라. 그리고 짚다가 짚다가 마침내 마지막에 이르러 붙잡았다. 모두들 떠나고 난 뒤의 집 앞 풍경. 쓸쓸한데도 아늑한 느낌. 날이 좀 쌀랑하더라도 오래 서 있고 싶어지는 마당이다.     아버지가 가족을 위해 직접 만들고 가꾸었다는 집이다. 세 남매를 키우면서 온갖 추억까지 담아 남긴 집. 아버지들이라는 사람들이 흔히 이런 소망을 갖고 있다는 말을 종종 듣고는 했는데 우리나라 아버지들만의 이야기는 아닌 모양이다. 스페인의 아버지도, 스페인 사람들의 삶도 우리와 다른 게 없어 보인다.  어머니를 먼저 떠나 보내시고 혼자 살던 아버지는 집을 남기시고 돌아가셨다. 따로 살던 세 자식은 아버지가 남겨 놓은 집을 팔기 위해, 팔기 전에 손을 좀 봐 두고자 하는 목적으로 다시 이 집에 모인다. 그리고는 아버지에 대, 집에 대해, 가족에 대해 투닥거리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추억을 불러 잠깐 젖기도 한다. 이래서야 이 집을 팔 수 있게 될까? 의문을 남긴 채로 책은 끝난다. 독자로서는 세 남매 중 한 사람이라도 이 집에서 다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책을 보는 내내 지금의 우리집을 생각했다. 아직도 완성이 안 된 것마냥 끝없이 공사 중인 우리집. 주택이라는 게, 마당이 있는 집이라는 게 원래 완성형이 없는 것이 아닐까 싶다.이쪽 고치고 나면 저쪽이 어수선해 보여 손을 보고, 다시 그 일을 마치면 잘 되던 어떤 부분이 망가져서 수리를 요구하고. 이 과정을 즐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매번 짜증을 내게 되면 주택에서는 못 살 것이다. 그러려니, 또 손을 봐 달라는 것이겠거니, 이것이 집과의 대화이자 상호작용이겠거니, 기꺼이 응해 주어야지, 이런 마음이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책이 좋아서, 이 책을 알게 해 준 이웃님이 고마워서, 우리집이 좋아서, 나는 또 오늘이 행복하다. 바깥의 어지러운 기운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욱더. 

바르셀로나 그래픽 노블상, 이탈리아 루카 그래픽 노블상, 일본 우수작품상에 빛나는 파코 로카가 들려주는 또 한편의 감동의 드라마! 파코 로카의 집 에는 아버지와 그를 추억하는 세 형제자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바로 아버지가 남긴 ‘집’을 매개로 말이다.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신 후 부쩍 위축된 모습을 보였던 아버지마저 세상을 등지자 자식들인 빈센트, 호세, 카를라는 아버지의 집을 팔기로 결심한다. 집 정리에 들어간 셋은 구석구석마다 깃든 아버지의 손길과, 어릴 적 자신들의 모습을 상기시키는 물건들을 보며 옛 추억에 잠기게 된다. 그러면서 집을 처분하는 것이 아버지와 그들 자신의 추억을 버리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들은 하나씩 하나씩 추억을 들추며 예전의 자신들로 돌아간다. 어린 시절 아버지란 무슨 일이든지 못하는 게 없는 만능적인 사람, 위대한 존재였다. 그러나 자라면서 점차 지식이 쌓이고 생각이 깊어질수록 아버지는 나와 생각의 결이 다른 사람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고루한 고집으로 나를 귀찮게 하는 사람쯤으로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나이가 좀 더 들어 돌이켜보면, 그 모든 것들이 아버지 본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엔 가족을 위한 것이었음을 깨닫곤 한다. 그러고는 어느새 그 강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야위고 축 늘어진 그분의 어깨를 발견하고는 뒤늦게 후회하기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