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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때로 기억이 난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어느날 영문도 모른 체 어머니 손에 이끌려 간 곳이 집 근처 피아노 학원이었다. 한창 동네 친구들과 노는 것에 푹 빠진 내게 정적인 피아노는 어울리지 않았고, 끝내 늘지 않는 피아노 실력에 1년여 만에 피아노 학원을 그만 둔 기억이 난다. 시간이 한참 흐른 후 어머니께서 자신이 어릴 때 피아노를 배우지 못한 게 한이 되서 큰 아들인 내게 피아노를 가르쳐 주고 싶었다고 이야기를 하셨다.어머니 마음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그 시절 열심히 피아노 학원을 다녔을 걸... 아쉬움이 남지만 요즘 두 딸아이가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어서 어머니께서 손녀들이 연주하는 악기 소리에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셨으면 한다. 몇 년 전부터 클래식 음악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덕분에 아이들이 연주하는 곡 중 아는 곡이 나오면 이내 반가운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연주시간이 너무 길고 졸립고 어렵다는 생각에 애써 클래식을 멀리 했었는데 우연찮게 라디오 클래식 방송에서 글렌 굴드가 연주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들은 계기로 클래식의 맛에 빠져들고 있는 것 같다.(아마도 나이가 들면서 요즘 유행하는 음악과 멀어진 이유도 클래식을 듣는데 한 몫 한 것 같다.)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는 오랫동안 경향신문에 음악 비평을 써왔고, 여러 매체에 음악과 관련된 글들을 연재하는 한편, 음악과 인문학이 결합된 대중 강연을 펼치고 있는 경향신문사 부국장겸 음악담당 선임기자인 문학수가 클래식 음악가의 생애를 다룬 이야기다. 이 책은 클래식 역사의 큰 족적을 남겼던 음악가들의 개인사에 중점을 두기도 하고, 때로는 음악가의 시대적 역할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춰서 서술을 하고 있다. 책은 1장 음악으로 가는 입구, 낯익은 이정표들, 2장 혁명에서 세기말까지, 3장 음악, 20세기를 바라보다, 4장 지휘자와 연주자들의 초상,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등 바로크, 고전주의 시대 음악가들부터 현재 왕성하게 활동 중인 마렉 야노프스키, 다니엘 바렌보임, 마리아 주앙 피레스 등 현대 음악가들의 생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책에 나오는 클래식 음악가들이 많아서 일일이 다 리뷰에 옮길 수 없어서 읽으면서 기억에 남는 음악가에 대해 리뷰에 옮긴다. ○ 하이든(1732.3.31 ~ 1809.5.31.) 하이든의 음악적 생애는 크게 보자면 둘로 나뉜다. 에스테르하지 집안의 종복이었던 하이든이 주군의 마음에 쏙 드는 곡을 쓰려고 노력했던 반면에, 자유로운 신분의 하이든은 불특정 다수의 청중을 염두에 둬야 하는 새로운 운명에 마주친다. -p. 40 하이든은 다산의 음악가였다. 100곡이 넘는 교향곡과 70곡에 가까운 현악4중주, 34곡의 오페라와 4곡의 오라토리오 등 그 밖에도 막대한 분량의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하이든 하면 떠오르는 곡이 예전 강마에 신드롬 을 일으켰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흘러나오던 <첼로협주곡 2번>, 1970년대 인기 TV 프로그램이었던 장학퀴즈의 배경음악으로 쓰인 <트럼펫 협주곡> 등이 있다. 하이든은 30년간 에스테르하지 후작에게 고용된 음악 하인 신분으로 주군의 마음에 쏙 드는 곡을 쓰려고 노력해오다가 에스테르하지 후작이 돌연 세상을 떠나면서 자유의 신분이 되었고 그 당시 흥행업자인 잘로몬의 요청으로 런던으로 와 불특정 다수의 청중을 염두에 두고 곡을 쓰게 되면서 돈과 명예를 얻게 된다. 하이든이 런던에 와 작곡한 교향곡들은 35년의 짧은 생을 살았던 모차르트가 말년에 작곡했던 6개의 교향곡과 함께 고전주의 교향곡의 완성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하이든이 런던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18세기 후반 산업혁명에 따른 런던의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신흥 부르주아가 공연의 새로운 수요층으로 떠오르면서 공연 예술이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게 된 덕분이지만, 그 이면에는 산업화에 등 떠밀린 농민들이 쏙쏙 런던으로 올라와 빈민의 나락에 떨어졌고 런던의 또다른 곳에서 키 작은 아이가 굴뚝을 닦으며, 때때로 지치고 졸린 나머지 시커먼 검댕 속에서 그대로 잠들었다가 화상을 입거나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기도 했다. 그것이 바로 18세기 후반 런던의 두 얼굴이었다고 한다. 하이든의 런던에서의 성공과 굴뚝 청소를 하는 키 작은 아이가 오버랩되면서, 21세기인 현재도 아직까지 세계 곳곳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어 착찹한 생각이 든다. ○ 구스타프 말러(1860.7.7 ~ 1911.5.18.) 천국과 지옥, 죽음과 삶, 진지함과 우스개, 종교적일 만큼 숭고해 보이는 아름다움과 유행가적 통속성, 고전적 형식미와 민초의 자유수러움……. 말러의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결국 그 두개의 대립항 속에서 함께 부대기는 일에 가깝다. - P.148 말러는 선술집 아들로 태어나 걸핏하면 싸움을 벌이는 부모 탓에 종종 집 밖을 배회하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그 때 말러가 거리와 선술집에서 보고 들었던 서민들의 춤과 음악, 군대의 행진곡, 트럼펫과 북소리 등은 훗날 그의 교향곡 속으로 스며들었고, 다소 장황한 것처럼 느끼는 구조 속에 담겨있는 소탈한 선율과 리듬의 뿌리가 유년시절 경험에서 나왔다고 하겠다. 말러는 세심하고 내향적인 사람으로 삶을 사랑했다고 한다. 햇살을 받으며 들판을 산책하는 것을 좋아했고, 달콤한 디저트를 즐기기도 했으며, 때로는 주변 사람들에게 실없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주머니에 넣고 들고 나가 고양이의 재롱을 지켜보며 즐거워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늘 죽음을 생각하기도 했다고 한다. 유년기의 말러는 14명의 형제 가운데 8명이 죽는 것을 지켜봤고, 사랑하던 큰 딸 마리아가 어린 나이에 디프테리아로 세상을 떠나는 걸 망연자실 바라봐야했다. 그런가 하면 말러 자신도 심장병에 시달리며 언제 찾아올 지 모르는 죽음의 공포와 싸워야 했고, 자유분방하고 열정적인 아내 알마가 자신을 버릴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내내 떨치지 못했다.(말러의 두려움은 현실이 되었는데 말러 사후 아내 알마는 여러 유명인과 염문을 뿌린다.) 그래서 말러의 음악은 대립하는 양면성을 하나로 끌어안으면서 부대낀다. 천국과 지옥, 죽음과 삶, 진지함과 우스개, 고전적 형식미와 민초의 자유로움 등.... 결국 모호한 언어로 듣는 이의 감정을 건드리는 역설에 말러의 음악을 듣는 이유가 아닌지 모르겠다. 하이든과 말러 외에 한창 성공가도를 달리다가 <므첸스크의 멕베스 부인>에 대한 스탈린의 격노로 죽음에 대한 불안으로 광대처럼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선보여야 했던 쇼스타코비치, 생사를 오가는 병마를 이겨내며 가혹한 육신으로 모차르트 전문가가 되었던 클라라 하스킬,지식인 비르투오스로 스스로 고립을 원했던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 병마에 걸린 조강지처 자클린 뒤 프레를 버렸다는 오명을 남겼지만 전인적 음악가인 다니엘 다렌보임 등 책을 읽으며 기억에 남는 음악가들이 많았다. 저자 문학수가 프롤로그에서 "어떻게 해야 클래식과 친해질 수 있냐?"는 질문에 "처음에는 성악곡을 많이 들으세요. 오페라 아리아 같은 거", "이 곡 저 곡 많이 들으려고 하지 말고, 같은 곡을 자꾸 반복해 들으세요. 그래야 곡의 흐름을 외울 수 있으니까요"라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기를 "물론 때론 1시간이 훨씬 넘는 클래식 음악을 반복해 듣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시간을 바치지 않는다면 음악은 결코 당신에게 다가오지 않을꺼에요. 아쉽더라도 퇴근 후의 빈번한 술자리를 잊어야 하며, 드라마 시청과 주말 등산도 포기해야 합니다." 저자의 말이 꼭 클래식 음악에만 한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일이던지 시간을 바치지 않는다면 내 것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걸 느끼며, 오늘도 점심 시간 식사 후 사무실 의자에 앉아 유튜브에서 클래식 음악 한 곡을 찾아 듣는다.
바로크 시대 작곡가 바흐부터 현대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주앙 피레스까지!인문주의자가 들려주는 음악가들의 생애와 시대음악 담당기자이자 30여 년간 클래식 애호가로서 오랫동안 음악비평을 써온 저자가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를 통해 독자들에게 매혹적인 클래식 이야기를 펼쳐낸다. 기존의 클래식 교양서들에서 남발되는 뻔한 에피소드나 공허한 수사를 최대한 지양하고, 음악을 감각의 기쁨과 위안을 주는 차원을 넘어 인간의 삶과 시대를 들여다보는 창으로서 이해한다. 특별히 주제에 따라 음악가들에게서 주목할 만한 에피소드들을 기록하고 그들의 음악 세계를 특유한 언어로 감각적으로 집어내, 여느 클래식 교양서 이상으로 인문학적 깊이와 즐거움을 더했다. 니체와 아도르노, 비트겐슈타인 등 인문학자로부터 음악을 이해하는 자극과 영감을 제공받았다 단언하는 저자는, 음악에 대한 애정을 폭넓은 도서로 연장시키며 그 노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여전히 클래식이란 지루하고 고루하며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고급문화’라는 편견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살펴보면, 클래식은 수많은 사연과 드라마들을 간직하고 있는 놀라운 이야기 상자와도 같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음악가의 삶을 따라가며 개인사에 중점을 두거나, 시대적 역할에 초점을 맞추기도 하고, 당대의 정치적 상황 속에서 바라보기도 한다. 음악이 주는 감각적 느낌을 즐길 수 있을 때, 사람들은 음악에 대한 더 깊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진다는 저자의 생각답게, 음악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전하는 메신저 역할을 숨기지 않는다.
프롤로그
1 음악으로 가는 입구, 낯익은 이정표들
바흐, 음악의 규범을 만든 현자
하이든, 근대로 가는 징검다리
하이든, 18세기 런던의 두 얼굴
모차르트, 고단했던 천재의 삶
슈베르트, 가난한 떠돌이의 31년
2 혁명에서 세기말까지
베를리오즈, 몽상의 내러티브와 음악의 육체성
쇼팽, 어두운 열정의 시인
바그너, 도취와 열광의 신전에서
브람스, 낭만의 끝자락에서 고전을 바라보다
말러(1), 삶과 죽음, 현실과 천국 사이
말러(2), 떨칠 수 없는 이중의 자의식
3 음악, 20세기를 바라보다
드뷔시, 모더니즘의 새벽
포레, 안식 혹은 슬픔
에릭 사티, 기인으로 살았던 선구자
야나체크, 피아노로 그린 내면의 풍경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불편하고 황홀한
쇤베르크, 상처 입은 아방가르드
쇼스타코비치(1), 예술과 생존의 이중구조
쇼스타코비치(2), 영화음악 노동자의 애환
4 지휘자와 연주자들의 초상(肖像)
나치 시절, 떠난 자들과 남은 자들
클라라 하스킬, 가혹한 육신이 남긴 빛나는 모차르트
호로비츠, 영감과 즉흥의 피아니스트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 명상과 낭만의 접점
글렌 굴드, 지식인 비르투오조
지휘자 마렉 야노프스키의 정중동(靜中動)
다니엘 바렌보임, 전인적 음악가
마리아 주앙 피레스, 음예의 피아니즘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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